기행문

가을은 비천(飛天)을 생각하는 계절이다.

황인선 바르나바 2014. 10. 14. 11:25

오대산

 

 


단풍으로 물든 산과 절의 풍광을 눈앞에 그려보며

몇 가지가 궁금하여 취재여행 전 날 잠을 설쳤다.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어떤 느낌을 받을까.
사진에 담아 낼 수 있을까.

 

 

 

 

월정사 매표소에서 차를 내려서면 바로

월정사대가람이라는 현판이 쓰인 문을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내 눈에는 어느 절의 일주문보다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보인다.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

팔자걸음을 걸어도 누구하나 말릴 일 없는 산책길이다.

때마침 문화축제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스님이 기타를 치며 흘러간 팝송을 부르시는데

숲속에 메아리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취입음반을 구입하는데

판매담당 스님께서 마음 가는 대로 덤으로 얹어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따듯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천왕문 앞에 걸어 놓아 바람에 펄럭이는 삽화깃발은

티벳불교의 기도깃발을 떠올리게 한다.
무슨 기도를 바람에 실어 보내고 있는 것일까.

 

 

 

 

월정사대웅전 앞 마당은 오대산문화축전 개막식 준비가 한창이다.

 

 

 

 

 

부도 앞을 지나친다.
선승들은 여기 잠들어 이 가을에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무념무상일까.
일장춘몽일까.
불국토일까.


 

 

 

오대산 가는 길이라는 시비가 마음의 눈과 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바로 그곳이 선재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둘레길의 시작점이다.

 

 

 

 

선재길 안내문에 “문수의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분”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는 설명문이 있는데 불교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분을 모른다.
그래도 무엇인가 뇌리를 스치는 작은 깨달음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이를 사색하기에 적당한 산책(둘레길)은

오대산 월정사로부터 시작하는 상원사 길(오대산 선재길)이 꼽힐 것이다.
가을이 곱게 물들고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곳
깨달음과 치유의 천년 옛길


이번 취재여행은 이 길 위에서 펼쳐진다.
적어도 이 길을 걷는 내게는
가을은 비천을 생각하는 계절이다.

 

 

 

서둘러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가

무엇인가 암시하는 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다.


잎을 떨어드린 것은 단순히 겨울을 준비함만은 아닌 것이다.
침묵 중에 비움을 설법하고 있는 것이다.


내려놓고 가라.
비우면서 가라.

 

 

 

 

비록 작은 다리지만 물을 건넌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도 물을 건넌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리 위를 건너는 점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콩밭을 지나 휘감아 돌아 깊이 들어간다.
이어지는 단풍 숲 그리고 물위를 떠도는 단풍잎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모두들 셔터누르기에 바쁜 손을 움직인다.
마음에 깊이깊이 담아야 하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사진으로라도 담고 싶어 셔터를 누르는 것이리라.

 

 

 

물가에 핀 쑥부쟁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태균님께서 뻬어난 솜씨로 단체사진을 멋지게 담아 주셨다.
화살표 - 바르나바

 

 


일행이 다리를 건넌다.
줄지어 건너간다.
같은 길을 간다.
함께 간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모습이다.

 

 

 

이리 고와도 되는 것인가.
이리 황홀해도 되는 것인가.
색에 홀려도 되는 것인가.

 

 

 

누군가 돌 위에 돌을 얹어 놓았다.
이는 크든 작든 쌓은 사람에게 소망이 있음을 알리는 표현이다.
이를 보고 있는 나의 소망은 무엇인가.

 

 

 

 

하늘이 뚫렸는지
하늘이 가렸는지
숲길과 계곡이 이어진다.

 

 

 

 

 

징검다리도 휘청거리며 건너보고
단풍에 물들어 버린다.

 

 

 

 

 

 

산장이었던 오대산장 카페마당으로 들어선다.
벌들도 가을걷이를 한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산장 앞으로 이어지는 길은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제법 미끄러운 곳도 있어 조심조심 걷는다.

 

 

 

오늘 선재길은 여기서 중단하고

자동차도로를 따라 발걸음을 빠르게 내디딘다.
상원사를 찾아올라 돌아볼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상원사


불교인이라면 법당안으로 들어가

문수동자와 문수보살을 친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겠지만
내게는 동종에 새겨진 비천상을 친견하는 것이 여기 오른 목적이었다.

 

 

 

국보 36호인 이 동종은 접근(투명)차단막으로 가려 있고,

새로 만든 종이 곁에 걸려져 타종 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 동종에는 아름다운 부분이 여럿 있지만

내게 큰 느낌을 주는 것은 비천상이기에
이를 잘 찍어내기 위해서는 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차단막에서 반사가 일어나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하는 말이 들리기도 했지만
이 장애를 최대한 극복하는 촬영방법을 알기에

조용히 숨죽이고 무릎을 꿇고 비천상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
그것은 존경의 표시요.
그것은 복종의 표시요.
그것은 신앙의 표시다.

 

 


서산에 지는 해는 한줄기 빛을 쏘아 내린다.


이 길을 걸어와 여겨 비천상을 대한 나
오늘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았던가.


단풍처럼 곱게 물들고
흐르고 떠내려가고
모든 것 내려놓고

 

 

 

 

당이 당좌를 치면 종소리가 나고 널리 퍼져나간다.
이 종소리는 비천을 알리는 소리다.

 

 


비천은 우리가 쉼 없이 추구해야할 인생길이다.

 

 

 

 

 

 

- 자료사진 : 네이버 지도 앱

 

 

- 자료사진(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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